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  참을 수 없는 가벼움
  Author : 황성혁     Date : 05-12-12 10:25     Hit : 12970    
 
 
한국경제신문 2005년 12월 2일자에 실린 Essay입니다.
 

참을 수 없는 가벼움
 

그녀는 아는 것이 많고 특히 말을 잘한다. 국제정치에서부터 아프리카 오지의 환경문제까지, 사소한 동네 까십으로부터 복잡한 사회문제에 이르기 까지 그녀의 의견은 쉴 사이 없이 분출된다. 남들에게 이야기 할 틈을 주지 않는다. 그녀는 참지를 못한다. 컴퓨터를 켜서 모든 것이 팍팍 연결되지 않으면 불안해 진다. 네 거리에서 차가 멈추면 푸른 신호로 바뀌는 동안 그녀는 안절부절이다. 엘리베이터는 타기가 무섭게 문이 닫혀야 하며, 문이 닫히고 있는데도 버튼을 눌러야 한다. 그녀는 노래방 가기를 좋아한다. 가능한 한 마이크를 놓으려 하지 않는다. 그런데 그 노래는 대부분 세상에 갓 나온 아무도 모르는 노래들이다. 그녀가 땀을 뻘뻘 흘리며 그 잘 알지도 못하는 노래를 불러내는 동안, 같이 간 사람들은 짜증을 내거나 하품을 하기 일쑤이다.
나는 말한다. 남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아라. 많은 사람들이 그대보다 나은 의견을 갖고 있을 것이다. 그들의 의견이 그대 것보다 못하다는 것이 판명될 때 의견을 내어도 늦지 않을 것이다. 그러면 그대는 유식해 보일 것이고, 그대의 말은 모두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 것인가. 컴퓨터를 켜고 나서 옆 벽에 걸린 달력을 한번 쳐다 보아라. 네 거리에 차가 섰을 때 계절에 맞춰 입성을 바꾸는 길 옆의 가로수 한 그루를 바라 보아라. 어느 새 컴퓨터는 준비가 되어 있을 것이고 신호등은 파랑으로 바뀌어 오히려 뒷사람들이 경적을 울릴 것이다. 엘리베이터는 가만히 두면 스스로 움직일 줄 아는 편한 기계이다. 움직이는 것까지 건드려 방해를 해서는 안 된다.  다른 사람들이 다 잘 아는 노래를 부르면 그대도 부르기 쉽고 듣는 사람은 또 얼마나 편하겠는가. 그대의 조급함은 오히려 그대의 열등감에서 오는 것은 아니겠는가.
그녀는 말한다. 내 머릿속에 있는 생각을 다른 사람이 먼저 말한다는 것은 참을 수 없어요. 컴퓨터건 자동차건 이 바쁜 세상에 팍팍 움직이지 않으면 스트레스가 걸려요. 노래를 불렀다 하면 튀는 것으로 불러야 돼요. 남들 하는 것 따라 해서는 재미가 없어요.
그녀가 우리 사회의 표상이 되어간다. 우리 사회의 지도자들, 특히 지위가 올라갈수록 그들의 가벼움은 참을 수 없는 지경까지 가고 있다. 왜 꼭 스스로 모든 것을 말해야 하는지. 왜 모든 것은 건드리기만 하면 팍팍 뜻대로 진행되어야 하는지. 왜 남들과 달리 톡톡 튀어야 하는지. 왜 가벼운 말 한마디로 행동거지로 남의 마음을 상하게 하고, 자신을 후회의 늪으로 빠뜨리고, 그리고는 밤낮없이 변명에 매달려야 하는지.
세상에는 훌륭한 사람이 많다는 것을 인정하자. 지나온 세상은 그 나름대로의 진실과 철학을 갖고 있다는 것을 이해하자. 세상은 스스로 움직일 줄 알며, 자연스럽게 움직이고 있는 것에 불필요한 힘을 가하면 오히려 탈이 난다는 것을 배우자. 특출한 것보다 모든 사람들의 보편적 지혜가 아름다운 것임을 이해하자. 그러면 우리사회는 얼마나 여유롭고 아름다운 곳이 되겠는가.